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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학과 휴학생의 뼈있는 조언/Part 1. 나는 이렇게 갔다

고등 3년간 오롯이 간호학과 고집한 이유

by RN87 2020. 4. 21.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글을 써본다.

 

친한 친구에게는 속내 털어놓을때 얘기한적이 있지만

이렇게 글로 적어보니 또 한번 생각을 정리하게되고

'내가 그랬었지' 상기시키게 된다.

 

 

 

**

 

 

 

내가 기억하기로

나는 초6때부터 취업걱정을 했었다.

지금 떠올려보면 ㅋㅋㅋ 우숩지만

 

천진난만하게 놀아도 될 13살 아이가 

무슨 근심걱정이 가득해서 머나먼 미래를 염려하고 있었던건지.

어릴적 내가 대견(?)하면서도 안쓰럽다.

 

 

장래희망으로 가졌던 직업은

화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빵사 등이었다.

 

하지만 중3부터 진지하게 진로를 생각해보니,

그런 직업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ㅎ

 

우리집 형편은 넉넉치 않았고

3녀 중 맏딸인 나는 어릴때부터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던 듯하다

 

가정형편, 부모님의 경제상황을 돕고 싶었다.

 

그러려면 생각했던 장래희망 같은 직업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나는 중학생때 예수님을 만났다.

하나님을 알게되니 삶의 이유와 목적이 분명해지고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윤곽이 잡히는 듯했다.

 

기도하던 중 '선교'에 대한 소망이 마음에 자리잡았다.

 

언젠가 선교를 가게 된다면,

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사람이 되어 간다면

'선교' 사역에 더 시너지가 나고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

 

 

*

 

 

어느날은 YES24 베스트 셀러 목록을 보다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라는 책 제목이 인상깊어 책을 구매했다.

 

 

책 표지도 마음에 들었다

 

어릴때 유니세프 기아 후원광고를 볼때마다

'나는 살이 이렇게 디룩디룩 쪘는데 왜 저렇게 먹을 것이 없어 고통을 당할까'

하는 철없는 의문을 가지곤 했다.

 

어렸지만 불합리함을 느꼈고

나중에는 꼭 해외 봉사활동을 가서 가난한 아기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전 세계의 기아 실상을 적나라하게 직시하고

무서웠다. 안타까웠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문제의 실상을 알면 알수록

'해결이 가능하긴 할까'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책 내용에 대해서는 '독후감' 카테고리에서 깊이있게 나눌 예정입니다.)

 

*

 

 

그리고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현실은 ㅎㅎ

내가 되고 싶은 직업이 있다한들 

과연 대학이나 갈 수 있을지 싶은 성적이었다.

 

하하,,

 

여고인지라 수행평가 하나도 치열했고

1, 2등급은 커녕

수상기록, 임원활동, 자율활동, 봉사활동 

어느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3등급 학생이었다.

 

나름 독서활동, 세특, 동아리활동 등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뛰어다니며 생기부를 채워보려했지만,

첫째는 성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1, 기숙사에 살면서 상위권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눈앞에서 보니

 

대학가서도 이런 스펙쌓기를 통해 취업할 자신이 없었다.

 

 

*

 

 

그렇게 나는 1학년을 마치고 기숙사에서 나왔다.

2학년부터 통학을 시작했다.

 

기숙사에 있는 동안은 가족들이 다 '나'만 챙기고

주말에 집에 갈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이려고 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집에서 다니며 공부하니 가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사랑을 느끼고 받으면서

조금씩 철이 든 것 같다.

 

'가족'이 어떤 존재인지.

소중함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내가 아무리 공부를 못하고

학교에서는 그저 그런 학생일지라도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고

조건 없이 나를 챙겨주고 좋아해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사람'에 대한 생각이 한층 깊어졌고

사람을 대하는 직업을 가지고 남을 도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엄마, 아빠는 작은 식당을 하시면서

아침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신다.

 

노동시간이 길다.

몸이 성할 날이 없는데

 

잔병이 있고, 몸이 군데군데 아플때마다 병원에 가지 않는 엄마를 보면서

옆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게 마음이 아팠다.

 

가족이 아플 때, 그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

 

 

한편,

사촌 언니가

대학 4학년부터 대기업에 합격했다.

그 승승장구하는 인생을 가만히, 보았다

 

참 치열하게 멋지게 입사했지만

그 끝이 짧을 것 같았다.

 

지금 당장

어릴때 입사하는 것도 어렵지만

나는 그 40-50대 때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이 

더 암담할 것 같았다.

 

더군다나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시대에 

금방 짤리는 직장에 가고싶지 않았다.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결혼하고 임신했다는 이유로

 

직장 눈치보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잃는게 

너무너무 싫었다

상상만으로도 싫었다.

 

그렇게 남편에게'만' 의지하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여성으로서 전문직을 가져 결혼후에도 일하고 싶었다.

 

 

 

 

**

 

 

 

 

그렇게 

 

가정형편과

기아문제에 대한 생각,

선교,

취업 걱정

여러 고민에 대한 복합체로

 

내 진로는

 

간호학과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